정기예금금리 볼 때 놓치기 쉬운 5가지 기준

1. 정기예금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먼저 움직일 때가 많다
요즘 은행 앱을 열어보면 정기예금금리가 예전처럼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12개월 연 3% 안팎의 숫자 하나인데, 실제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은행채 금리, 은행의 예대율 관리, 자금 조달 경쟁이 한꺼번에 섞여 있다.
정기예금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예금금리가 먼저 내려가거나, 반대로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일부 은행 상품만 올라오는 경우가 꽤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유동성이 넉넉하면 굳이 비싼 예금을 많이 받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특정 은행이 만기 도래 자금을 붙잡아야 하거나, 연말·분기 말 자금 수요가 커지면 짧게 고금리 특판을 내놓기도 한다.
그래서 정기예금금리를 볼 때는 기준금리만 볼 게 아니라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도 같이 봐야 한다.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는데 예금금리만 높게 유지되기는 어렵다. 은행은 예금으로 조달할 수도 있고 채권으로 조달할 수도 있는데, 더 싼 쪽을 선택하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2. 12개월 금리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구간은 12개월 정기예금이다. 비교하기 쉽고, 세후 이자도 계산하기 편하다. 하지만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12개월보다 24개월, 36개월 금리를 함께 봐야 한다. 반대로 금리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3개월, 6개월 구간을 활용하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1년 예금이 연 3.10%, 2년 예금이 연 2.95%라면 표면상으로는 1년이 좋아 보인다. 그런데 앞으로 1년 뒤 예금금리가 연 2.50%까지 내려간다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년 뒤 다시 가입하는 금리까지 합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부 자금은 2년으로 고정하고, 나머지는 6개월이나 12개월로 나눠 두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반대로 6개월 금리가 12개월 금리와 거의 같거나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시장이 앞으로 금리 인하를 꽤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은행이 긴 만기의 돈을 높은 금리로 오래 묶어두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3. 세전 금리보다 세후 수익률을 먼저 봐야 한다
정기예금금리를 비교할 때 가장 흔한 착시는 세전 금리다. 연 3.30%라고 해도 일반과세 15.4%를 적용하면 세후 수익률은 약 2.79% 수준으로 낮아진다. 1,000만 원을 1년 넣었을 때 세전 이자는 33만 원이지만, 세후로는 약 27만9,000원 정도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라면 세후 실질금리는 간신히 플러스다. 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가면 예금에 넣어도 구매력 기준으로는 거의 제자리일 수 있다. 정기예금이 손실 위험이 낮은 상품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실질 구매력까지 지켜주는 상품은 아닐 때가 많다.
- 연 3.00% 예금의 세후 수익률은 약 2.54%
- 연 3.50% 예금의 세후 수익률은 약 2.96%
- 연 4.00% 예금의 세후 수익률은 약 3.38%
숫자로 보면 0.5%포인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5,000만 원 기준으로 연 0.5%포인트 차이는 세전 25만 원, 세후 약 21만 원 차이다. 여러 은행을 비교하는 수고가 의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고금리 특판은 조건을 뜯어봐야 한다
정기예금금리 상단에 있는 상품을 보면 우대금리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급여 이체, 카드 사용, 첫 거래, 마케팅 동의, 자동이체 등록 같은 조건이다. 문제는 최고금리만 보고 가입하면 실제 적용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축은행이나 인터넷은행 상품은 금리가 높게 보일 때가 많지만, 예금자보호 한도와 중도해지 이율을 반드시 같이 봐야 한다. 예금자보호는 금융회사별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적용된다. 같은 금융회사에 예금, 적금, 일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같이 넣었다면 합산 기준으로 봐야 한다.
중도해지 이율도 중요하다. 1년짜리 예금에 가입했는데 5개월 뒤 자금이 필요해지면 약정금리의 대부분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생활자금, 세금 납부 예정 자금, 전세 보증금처럼 사용 시점이 어느 정도 보이는 돈은 만기를 너무 길게 잡지 않는 편이 낫다.
5. 지금은 예금도 포트폴리오로 봐야 한다
사실 정기예금은 재미있는 상품은 아니다. 주식처럼 하루에 3% 움직이지도 않고, 환율처럼 뉴스에 바로 반응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시장이 흔들릴 때는 이 재미없는 상품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잡아준다.
예를 들어 전체 금융자산이 1억 원이라면 모든 돈을 12개월 예금 하나에 넣기보다 만기를 나누는 방식이 유용하다. 3개월 2,000만 원, 6개월 2,000만 원, 12개월 3,000만 원, 24개월 3,000만 원처럼 나누면 금리 변화에 대응하기 쉽다. 금리가 내려가면 긴 만기의 예금이 방어 역할을 하고, 금리가 올라가면 짧은 만기의 예금이 재가입 기회를 준다.
주식 비중이 높은 사람이라면 정기예금은 단순한 이자 상품이 아니라 현금 대기 자산이다. 코스피나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판단은 다르다. 현금이 없으면 좋은 가격이 와도 대응하기 어렵고, 현금이 있으면 시장 하락을 위협이 아니라 선택지로 볼 수 있다.
정기예금금리는 숫자만 비교하면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금리 사이클을 읽는 창에 가깝다. 은행이 어느 만기의 금리를 높게 주는지,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차이가 벌어지는지, 특판이 자주 나오는지 줄어드는지를 보면 금융시장의 온도가 보인다. 지금 예금에 돈을 묶는다는 건 수익을 포기하는 결정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위해 시간을 사는 결정일 때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