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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 투자 전 확인해야 할 5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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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 투자 전 확인해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지인에게 비상장주식 문의를 받았는데, 대화가 꽤 익숙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들어본 적 있고, 상장하면 크게 오를 것 같고, 주변에서는 이미 몇 배를 벌었다는 얘기도 들었다는 흐름이었죠. 그런데 12년 넘게 주식과 환율, 금리 흐름을 매일 보다 보면 비상장주식은 ‘좋은 회사냐’보다 ‘내가 어떤 가격과 조건으로 들어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상장주식은 매일 가격이 찍히고 거래량도 보입니다. 반면 비상장주식은 가격이 흩어져 있습니다. 같은 회사 주식이라도 거래 플랫폼, 매도자 사정, 보호예수 가능성, 주주 구성에 따라 체감 가격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비상장주식은 성장 스토리만 보고 접근하면 판단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1. 시가총액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는 매출과 현금흐름

비상장주식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상장하면 얼마짜리 회사가 된다’는 겁니다. 물론 가능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실제로 값을 매길 때는 결국 매출 성장률, 영업손익, 현금 소진 속도를 같이 봅니다.

예를 들어 연매출이 300억 원인 회사가 장외에서 1조 원 가치로 거래된다면 매출 대비 기업가치가 33배 수준입니다. 이 숫자가 말이 되려면 성장률이 매우 높거나,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매출은 늘지만 적자도 같이 커지고 있다면 금리 환경이 바뀔 때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2022년 이후 시장이 보여준 건 명확했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먼 미래의 이익도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투자자들은 ‘언제 돈을 벌 수 있느냐’를 더 집요하게 묻습니다. 비상장주식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2. 상장 가능성은 이벤트가 아니라 절차로 봐야 한다

비상장주식에서 가장 강한 기대 재료는 IPO입니다. 그런데 ‘상장 준비 중’이라는 말과 실제 상장 가능성 사이에는 꽤 긴 거리가 있습니다. 주관사 선정, 지정감사, 예비심사 청구,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까지 단계마다 변수가 생깁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장 가능성을 볼 때 세 가지를 나눠 봅니다. 첫째, 실적이 상장 심사를 통과할 만큼 안정적인가. 둘째, 비교 기업의 주가 흐름이 괜찮은가. 셋째, 공모시장 분위기가 신규 상장을 받아줄 만큼 열려 있는가입니다.

같은 회사라도 2021년 같은 유동성 장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에는 공모가를 낮추거나 상장 일정을 미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IPO 기대감만으로 가격을 따라가기보다는, 실제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나 한국거래소 관련 공시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거래 가격보다 중요한 건 내가 팔 수 있는 가격

상장주식은 호가창이 얇아도 일단 시장가를 낮추면 팔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상장주식은 다릅니다. 매수자가 없으면 가격은 숫자로만 남습니다. 장외 플랫폼에 체결가가 보이더라도 그 가격에 내가 원하는 물량을 바로 팔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비상장주식을 볼 때는 유동성을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최근 거래가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 차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주식 양도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K-OTC처럼 제도권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과 사설 플랫폼 중심으로 거래되는 종목은 체감 위험이 다릅니다.

  • 최근 거래 빈도가 낮으면 가격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 차이가 크면 실제 회수 가격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 주주명부 이전, 양도 제한, 우선매수권 조건이 있으면 매매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은 수익률보다 회수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합니다. 좋은 회사 주식이어도 내가 필요한 시점에 팔 수 없다면 포트폴리오에서는 다른 의미의 위험자산이 됩니다.

4. 할인율은 기대수익률이 아니라 위험의 가격이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사보다 싸야 자연스럽습니다. 정보 비대칭이 크고, 환금성이 낮고, 상장 일정도 확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기 있는 종목은 오히려 상장사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기대감이 가격을 앞질렀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업종의 상장사가 매출의 5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비상장 회사가 매출의 12배로 평가받고 있다면 시장은 그 회사에 훨씬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을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그 기대를 충족하면 괜찮지만, 조금만 흔들려도 가격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저는 비상장주식을 볼 때 최소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놓습니다. 낙관적인 상장 성공 시나리오, 일정이 1~2년 밀리는 시나리오, 상장이 무산되고 장외 유동성만 남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세 경우를 놓고도 손실 감내가 가능해야 투자 판단이 조금 더 단단해집니다.

5. 비상장주식은 포트폴리오 안에서 작은 비중이 맞다

비상장주식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상장 전 성장 구간에 참여할 수 있고, 좋은 회사를 이른 시점에 잡으면 상장 이후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정보 접근성과 회수 가능성에서 불리합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차이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게 현실적입니다.

전체 금융자산이 1억 원이라면 비상장주식에 3천만 원, 5천만 원씩 넣는 구조는 꽤 공격적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는 것보다 더 힘든 건 팔고 싶을 때 팔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비상장주식은 잃어도 생활과 장기 투자 계획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환율과 금리입니다. 국내 비상장 성장주는 글로벌 금리, 원달러 환율, 나스닥 성장주 밸류에이션과 연결돼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금리가 높고 성장주 멀티플이 낮아지는 구간에서는 국내 장외시장 투자심리도 같이 식기 쉽습니다. 반대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공모주 시장이 살아나면 비상장주식의 관심도 다시 올라옵니다.

가격보다 조건을 먼저 보는 투자

비상장주식은 ‘대박 가능성’이라는 말로 포장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숫자와 조건을 더 냉정하게 봐야 하는 시장입니다. 매출 성장률, 적자 폭, 현금 보유액, 상장 절차, 거래 빈도, 양도 조건을 하나씩 확인하면 막연한 기대가 꽤 많이 걸러집니다.

저는 비상장주식을 완전히 피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장주식보다 더 높은 기대수익을 원한다면, 그만큼 더 긴 대기 시간과 낮은 유동성, 정보 부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국 좋은 투자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회사를 사는 일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과 조건을 알고 들어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비상장주식 투자 전 확인해야 할 5가지 숫자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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