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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환율이 1,6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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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환율이 1,6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4가지 이유

요즘 환율 화면을 보다 보면 달러보다 유로 쪽 움직임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원·유로 환율이 7월 중순만 해도 1,680원 안팎에서 움직였는데, 8월 21일 기준으로는 1,618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60원 이상 빠진 셈입니다. 숫자만 보면 유로 약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로 자체의 문제와 원화 반등, 그리고 달러 흐름이 같이 섞여 있습니다.

유로환율은 단순히 유럽 여행 경비나 수입 물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증시에서는 자동차, 화학, 기계, 명품 소비재, 유럽향 수출기업의 실적 추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원·유로 환율을 볼 때는 유로존 금리, 달러 인덱스, 원화 수급, 위험자산 선호를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1. 7월 고점 이후 원·유로 환율은 꽤 빠르게 식었다

유럽중앙은행 기준 환율 흐름을 보면 7월 1일 원·유로 환율은 1,773원대였습니다. 그런데 8월 21일에는 1,619원 안팎까지 내려왔습니다. 7주 정도 사이에 약 150원 하락한 겁니다. 시장 체감으로는 꽤 큰 변화입니다.

다만 7월 초의 1,770원대는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가격 불안, 원화 약세가 겹쳤던 구간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1,610~1,630원대가 갑자기 유로가 무너진 수준이라기보다, 과도하게 붙었던 위험 프리미엄이 빠진 흐름에 가깝습니다.

인베스팅닷컴 기준으로도 8월 21일 원·유로 환율은 장중 1,614원대까지 내려갔고, 8월 19일에는 1,610원대 저점도 확인됐습니다. 단기 차트만 놓고 보면 1,610원 부근이 1차 지지선처럼 작동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1,640원 위로 다시 올라서려면 유로 강세 재료보다는 원화 약세 재료가 필요해 보입니다.

2. 유럽중앙은행은 동결했지만 시장은 다음 방향을 계산한다

유럽중앙은행은 7월 23일 회의에서 예금금리 2.25%, 주요 재융자금리 2.40%, 한계대출금리 2.65%를 유지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동결입니다. 그런데 환율은 금리의 현재 수준보다 앞으로의 방향에 더 민감합니다.

유로존은 물가 목표 2%를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성장 탄력은 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중동 관련 변수 때문에 흔들릴 여지가 남아 있고, 제조업 회복도 지역별로 고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긴축보다 향후 완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게 됩니다.

유로·달러 환율도 8월 중순 기준 1.15달러대 중반에서 움직였습니다. 6월 초 1.16달러대 중반과 비교하면 유로가 크게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강하게 치고 올라가는 모습도 아닙니다. 즉 원·유로 하락은 유로 단독 약세라기보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회복된 영향이 더 커 보입니다.

3. 원화가 강해지면 유로환율은 생각보다 빠르게 밀린다

원·유로 환율은 결국 두 단계를 거칩니다. 첫 번째는 유로·달러, 두 번째는 달러·원입니다. 유로가 달러 대비 비슷하게 버티더라도 달러·원이 내려오면 원·유로는 빠집니다. 최근 구간이 딱 그렇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외국인 주식 수급, 반도체 업황 기대, 미국 금리 전망이 원화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외국인이 코스피 대형주를 사들이고 달러 강세가 둔화되면 원화는 강해집니다. 그러면 유로환율도 함께 내려갑니다. 유럽 쪽 뉴스가 조용한 날에도 원·유로가 크게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원·유로가 1,700원대에서 1,6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는 것은 유럽 물가나 금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원화가 그동안 쌓였던 약세 압력을 일부 되돌렸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도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4. 투자자는 1,610원과 1,650원을 나눠서 봐야 한다

현재 유로환율을 볼 때 저는 세 구간으로 나눠 봅니다. 1,610원 부근은 단기 저점 확인 구간, 1,630~1,650원은 중립 구간, 1,670원 이상은 다시 원화 약세나 유럽발 불확실성이 커지는 구간입니다.

  • 1,610원 아래로 내려가면 유럽 여행, 유로화 예금, 유럽산 수입품 가격에는 우호적입니다.
  • 1,630~1,650원에서는 방향성보다 박스권 대응이 더 현실적입니다.
  • 1,670원 이상으로 재상승하면 원화 약세 재료가 다시 커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볼 때 환율 효과를 따로 떼어 봐야 합니다. 원·유로가 내려가면 유럽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럽에서 원자재나 부품을 들여오는 기업에는 비용 부담 완화 요인이 됩니다. 같은 유로환율 하락이라도 업종별 해석은 정반대로 갈릴 수 있습니다.

5. 지금은 방향보다 변동성의 이유를 보는 구간이다

앞으로 유로환율을 흔들 변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유럽중앙은행이 물가보다 경기 둔화를 더 의식하기 시작하는지입니다. 둘째, 미국 금리와 달러 흐름이 다시 강해지는지입니다. 셋째, 한국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이 유지되는지입니다.

유로존 금리가 동결 상태로 오래 가고 미국 달러가 약하지 않다면 유로가 강하게 치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한국 증시 수급이 흔들리고 달러·원이 반등하면 원·유로는 1,650원 위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단일 방향에 베팅하기보다 1,610원대에서는 하락 탄력 둔화, 1,650원 위에서는 반등 지속성 확인이라는 식으로 구간을 나눠 보는 게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유로가 이미 꽤 내려온 만큼 여기서 추가 하락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7월처럼 1,700원대가 다시 자연스러운 레벨이라고 보기도 애매합니다. 유로환율은 당분간 유럽보다 원화와 달러 쪽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화면에 찍힌 숫자보다 그 숫자를 만든 조합을 보는 시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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