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볼 때 놓치면 안 되는 5가지 신호

요즘 아침마다 주가지수보다 원/달러 환율을 먼저 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달러가 먼저 움직이고, 그 뒤에 외국인 수급과 금리, 업종별 주가가 따라오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 때문입니다.
9월 25일 기준 달러인덱스는 101 안팎,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에 머물렀습니다. 2022년 달러인덱스가 114선까지 치솟고 원/달러 환율이 1,440원 부근을 찍던 때와 비교하면 공포의 강도는 낮습니다. 그런데 미국 10년물 금리가 5.1%대까지 올라와 있다는 점 때문에, 달러 약세를 너무 쉽게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1. 달러는 금리 차이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달러를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미국 금리입니다. 연준은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올렸고, 한국은행도 8월 기준금리를 3.00%로 높였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미 정책금리 차이는 1%포인트 안팎입니다.
근데 환율은 단순한 금리 차 계산기가 아닙니다. 시장은 지금 금리보다 앞으로의 금리 방향, 그리고 그 금리를 버틸 수 있는 성장 체력을 같이 봅니다. 미국 금리가 높아도 경기 둔화가 뚜렷하면 달러는 약해질 수 있고, 금리 인하 기대가 있어도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단단하면 달러는 버틸 수 있습니다.
2. 지금 달러를 지탱하는 건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입니다
최근 달러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미국 장기금리 쪽에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넘나든다는 건 글로벌 자금 입장에서 달러 현금과 미국 채권의 매력이 여전히 크다는 뜻입니다. 주식시장에는 부담이지만, 달러에는 지지 요인이 됩니다.
특히 장기금리가 오를 때는 성장 기대와 물가 부담이 섞여 있는지, 아니면 재정 우려와 국채 공급 부담이 더 큰지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라면 위험자산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후자라면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흔들리고 달러만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흐름이 나올 수 있습니다.
3. 원화는 달러보다 수출 사이클을 더 민감하게 봅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인덱스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가 많지만, 항상 똑같지는 않습니다. 원화는 반도체 수출, 중국 경기, 외국인 주식 매매, 에너지 수입 가격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달러인덱스가 보합이어도 한국 수출 기대가 약해지면 원화만 따로 약해질 수 있습니다.
2022년에는 강한 달러, 에너지 가격, 무역수지 악화가 한꺼번에 겹쳤습니다. 그 결과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습니다. 지금은 당시만큼 일방적인 달러 강세 국면은 아니지만, 원화가 강해지려면 달러 약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출 물량과 기업 이익 전망이 같이 살아나야 합니다.
4. 주식 투자자는 환율 자체보다 조합을 봐야 합니다
달러 강세가 항상 한국 주식에 나쁜 건 아닙니다. 수출 기업은 환산 매출 측면에서 일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항공, 음식료, 유틸리티처럼 달러 비용 비중이 큰 업종은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같은 환율 상승이라도 업종별 체감은 꽤 다릅니다.
-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이 같이 오면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집니다.
-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이 같이 오면 수입물가와 무역수지 부담을 같이 봐야 합니다.
- 달러 약세와 반도체 수출 회복이 같이 오면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일 수 있습니다.
- 달러 약세인데 글로벌 경기 둔화가 원인이라면 경기민감주는 오히려 조심해야 합니다.
5. 앞으로는 3가지 숫자를 같이 놓고 봅니다
제가 달러를 볼 때는 달러인덱스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원/달러 환율, 미국 10년물 금리, 한국 수출 증가율을 같이 봅니다. 달러인덱스가 101에서 99로 내려와도 미국 금리가 높고 한국 수출이 둔하면 원화 강세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달러인덱스가 크게 빠지지 않아도 반도체 업황과 외국인 수급이 좋아지면 국내 증시는 먼저 반응할 수 있습니다.
제 기준의 시나리오
달러가 완만하게 약해지는 경우에는 국내 증시가 안도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 약세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면 상승 탄력은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달러가 다시 강해지는 경우에는 1,380원대 재진입 여부와 외국인 선물 매도를 같이 봐야 합니다. 환율 레벨보다 속도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 달러는 위기 때처럼 모든 자금을 빨아들이는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힘이 빠졌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러를 방향 하나로 찍기보다 금리, 수출, 위험선호가 같은 방향으로 맞물리는지를 봅니다. 환율 화면의 숫자 하나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배경을 보는 쪽이 시장을 덜 흔들리게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