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볼 때 먼저 확인하는 4가지 숫자

미국주식을 오래 보다 보면 지수가 오른 날보다, 같은 날 환율과 국채금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화면에는 수익률이 한 줄로 찍히지만 그 안에는 기업의 이익, 주식에 매겨진 가격, 달러 가치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장이 크게 움직인 날일수록 아래 네 숫자를 순서대로 봅니다. 예측을 맞히기보다 어떤 가정이 주가에 반영됐는지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주가보다 이익 증가율을 먼저 본다
주가가 10%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순이익 전망이 20% 높아지는 동안 주가가 10% 올랐다면, 시장은 더 큰 이익을 기대하면서도 그 이익에 붙이는 가격은 낮췄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익 전망은 그대로인데 주가만 10% 올랐다면 투자자의 기대가 높아진 쪽에 가깝습니다.
실적 발표에서는 지난 분기 숫자와 다음 분기 전망을 나눠 봅니다. 이미 지나간 분기의 매출이 예상보다 좋았어도 향후 수요나 이익률 전망이 낮아지면 주가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매출 증가율이 비슷한데 영업이익률이 줄었다면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가 실적 발표 뒤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실적이 나빴다고 해석하면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2. 국채금리와 주가의 거리를 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시장이 장기 자금에 요구하는 수익률을 보여주는 숫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벌 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먼 미래의 이익을 크게 기대하는 기업일수록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금리 변화가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금리 상승을 언제나 주식의 악재로 읽지는 않습니다. 경기와 기업 이익 전망이 좋아져 금리가 오른다면 이익 증가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반면 이익 전망은 제자리인데 물가 우려로 금리만 오른다면 주가에 붙었던 높은 평가가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금리의 방향보다 금리가 움직인 이유와 이익 전망이 함께 바뀌었는지를 봅니다.
3. 환율을 넣어 원화 수익률을 다시 계산한다
한국 투자자에게 미국주식 수익률은 달러 기준 수익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400원일 때 1,000달러어치 주식을 샀다면 투자금은 140만 원입니다. 주식이 10% 올라 1,100달러가 되어도, 환율이 1,300원으로 내려가면 원화 가치는 143만 원입니다. 달러로는 10% 수익이지만 원화로는 약 2.1% 수익입니다. 수수료와 세금은 뺀 계산입니다.
반대로 주가가 제자리여도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 평가액은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를 기업의 성과로 받아들이면 다음 판단이 흐려집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투자자 안내 역시 환율 변화가 해외 투자 수익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짚습니다. 저는 수익률을 볼 때 달러 기준 주가 변화와 원화 기준 평가액 변화를 따로 적어둡니다. 어느 쪽에서 수익이 났는지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4. 주가수익비율이 기대하는 이익을 읽는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25배인 주식은 이익 1달러에 주가 25달러를 지불하는 셈이고, 이를 뒤집은 이익수익률은 4%입니다. 이 숫자를 국채금리와 나란히 보면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에 어느 정도 가격을 지불하는지 생각할 실마리가 생깁니다. 다만 기업 이익은 확정된 현금 흐름이 아니므로 이익수익률 4%를 국채 수익률 4%와 같은 수익으로 보면 안 됩니다.
가상의 기업에서 이익이 20% 늘어도 주가수익비율이 25배에서 20배로 내려가면 주가는 오히려 약 4% 하락합니다. 이익 증가와 평가 수준의 하락이 동시에 일어난 결과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도 좋은 실적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장면을 이렇게 읽을 수 있습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에 따르면 S&P 500은 유통 시가총액을 반영해 비중을 정합니다. 지수가 올랐더라도 일부 대형주의 영향이 컸는지, 더 많은 기업의 이익 전망이 개선됐는지 구분해 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네 숫자는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결국 한 가격에서 만납니다. 이익이 나아져 오른 주가인지, 금리 하락으로 평가가 높아진 주가인지, 원화 약세가 수익률을 떠받친 것인지에 따라 다음에 지켜볼 변수도 달라집니다. 제 눈에는 상승 자체보다 상승을 만든 가정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