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볼 때 먼저 확인하는 4가지 숫자

증시가 크게 움직인 날이면 저는 지수보다 환율 창을 먼저 열 때가 많습니다. 코스피가 1% 내려도 원화가 안정적이면 업종별 실적 문제일 수 있고, 주가와 원화가 함께 약해지면 해외 자금의 움직임까지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주식은 지수 하나보다 지수·환율·금리·이익을 함께 놓을 때 움직인 이유가 더 선명해집니다.
1. 코스피보다 하락의 폭과 범위를 본다
지수가 2%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경기 전망이 나빠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두 종목이 하락을 주도했는지, 자동차·금융·소비재까지 함께 밀렸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자라면 특정 업종의 이익 전망을 확인해야 하고, 후자라면 시장 전체의 위험 선호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2024년 8월 5일 코스피는 하루에 약 8.8% 급락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시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해외 위험 회피 심리를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날의 하락을 국내 기업의 하루치 실적 변화만으로 읽으면 원인을 놓치기 쉽습니다. 해외 충격이 국내 시장 전반으로 번진 사례였죠.
그래서 큰 하락이 나오면 하락 종목 수와 업종별 낙폭을 먼저 비교합니다. 거래대금도 함께 봅니다. 낙폭이 큰데 거래가 한두 업종에 몰렸다면 업종 뉴스의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여러 업종에서 거래가 늘며 동반 하락했다면 시장 전체의 기대가 낮아지는 국면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수의 등락률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2. 원·달러 환율로 자금의 방향을 가늠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달러 한 개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주식의 원화 수익률과 환전 뒤 달러 수익률을 함께 봅니다. 가령 주가가 3% 올라도 같은 기간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4% 떨어졌다면, 환전 뒤 성과는 대략 1% 손실에 가깝습니다. 수수료와 환전 시점은 뺀 단순 계산이지만 환율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는 드러납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은행 일일 금융시장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 6일 코스피는 2,576.88에서 2,563.51로 내렸고, 원·달러 환율은 1,378.6원에서 1,396.2원으로 올랐습니다. 미국 대선 개표 흐름에 따른 달러 강세와 업종별 주가 약세가 같은 날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날에는 국내주식만의 악재를 찾기보다 달러와 글로벌 자금 흐름을 같이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환율 상승이 모든 기업에 같은 악재는 아닙니다. 달러 매출이 많은 수출 기업은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늘 수 있지만, 달러로 원재료를 사거나 외화 부채가 큰 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매출 통화와 비용 통화가 어떻게 맞물리는지까지 봐야 환율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3. 금리는 방향보다 움직인 이유가 중요하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에 좋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경기가 버티는 가운데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과 투자자의 할인율이 함께 내려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기 침체가 걱정돼 금리가 급히 떨어진다면 낮아진 금리보다 줄어들 기업 이익이 주가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1월 6일 한국은행 자료에서는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918%에서 2.960%로 올랐습니다. 같은 날 코스피는 내리고 원·달러 환율은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의 영향을 설명했습니다. 주가·환율·금리가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에 더해, 금리 변화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봐야 그날의 시장을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금리를 볼 때 기준금리 발표만 기다리지 않습니다. 국고채 3년물은 가까운 시기의 금리 전망에, 10년물은 물가와 장기 성장 전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두 금리가 함께 움직이는지, 한쪽만 크게 움직이는지 확인하면 시장의 고민이 정책금리인지 장기 전망인지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주가의 마지막 근거는 기업 이익에서 찾는다
거시 변수로 하루의 방향을 설명할 수 있어도 주가가 그 수준에 오래 머무를지는 기업 이익에 달려 있습니다. 주가수익비율을 뜻하는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6만 원이고 예상 주당순이익이 6천 원이면 예상 PER은 10배입니다. 주가가 그대로인데 이익 전망이 4천 원으로 낮아지면 PER은 15배가 됩니다. 화면에 보이는 주가는 같아도 가격을 뒷받침하는 이익은 약해진 셈입니다.
이때 제가 확인하는 것은 지난 분기 숫자 하나보다 다음 두세 분기의 변화입니다.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면 원가나 판촉비가 늘었는지 봅니다. 영업이익은 좋아졌는데 현금 흐름이 약하다면 재고와 매출채권도 확인합니다.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이익 전망이 계속 낮아지는 업종이라면 상승의 지속성을 조심스럽게 판단하게 됩니다.
국내주식을 볼 때 네 숫자가 매번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지수는 오르는데 환율과 금리가 불안할 수도 있고, 시장 전체는 약한데 일부 기업의 이익 전망은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엇갈림을 서둘러 하나의 답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어떤 움직임이 일시적인 자금 변화이고 어떤 움직임이 기업의 실적 변화인지 구분하는 일이 다음 판단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