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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분석에서 먼저 보는 4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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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분석에서 먼저 보는 4가지 숫자

장을 오래 보다 보면 같은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날이 눈에 띕니다.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주가는 떨어지고, 적자가 이어지는데도 주가는 오릅니다. 처음에는 시장이 변덕스럽다고 느꼈지만, 12년 동안 국내외 증시를 지켜보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가는 발표된 숫자뿐 아니라 그전에 시장이 기대한 수준과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까지 함께 반영합니다.

그래서 주식분석을 할 때는 좋은 기업을 찾겠다는 생각에 바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먼저 시장의 기대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실적과 현금흐름이 그 기대를 받쳐주는지 봅니다. 그다음 환율과 금리까지 놓고 가격이 어느 정도를 미리 반영했는지 따져봅니다. 제가 주로 확인하는 숫자는 네 묶음입니다.

1. 주가 상승률보다 이익 증가율을 먼저 봅니다

주가가 최근 3개월 동안 30%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는 비싼지 싼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이익 전망이 40% 높아졌다면 가격 상승에 근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익 전망은 그대로인데 주가만 30% 올랐다면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적용하는 평가 수준, 즉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것입니다.

가령 주당순이익이 1,000원이고 주가가 1만 2,000원이면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입니다. 이후 주가가 1만 5,000원이 됐는데 주당순이익 전망이 여전히 1,000원이라면 PER은 15배로 올라갑니다. 주당순이익 전망도 1,250원으로 높아졌다면 PER은 여전히 12배입니다. 두 경우 모두 주가는 25% 올랐지만, 상승을 설명하는 힘은 다릅니다. 숫자는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한국거래소의 투자지표도 PER을 주가와 주당순이익의 관계로 산출합니다. 다만 이익이 경기 흐름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업종에서는 한 해의 PER만 보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호황기에 이익이 급증하면 PER이 낮아 보여도, 다음 해 이익이 꺾이면 그 숫자는 금세 달라집니다. 저는 현재의 배수와 함께 지난 몇 년의 이익 범위, 향후 전망이 바뀌는 방향을 나란히 봅니다.

2. 매출보다 이익률과 현금흐름을 함께 봅니다

매출 증가는 출발점입니다. 비용을 빼고 얼마나 남겼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매출이 1조 원에서 1조 1,000억 원으로 10% 늘고 영업이익이 8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25% 늘었다고 해보죠. 영업이익률은 8%에서 약 9.1%로 높아집니다. 판매량이 늘면서 고정비 부담이 줄었는지, 가격을 올릴 수 있었는지 확인할 이유가 생깁니다.

그런데 이익이 늘었다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외상 매출이 쌓이거나 재고가 급증하면 장부상 이익과 실제 들어오는 현금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에서 손익계산서 옆에 현금흐름표를 놓고 보는 이유입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계속 이익보다 약하다면 매출채권과 재고의 증가, 일시적인 운전자금 수요를 따져봐야 합니다.

여기서 한 번의 분기 실적보다 반복되는 흐름이 더 유용합니다. 계절적 재고가 늘었다가 다음 분기에 줄어드는 기업과, 매출이 늘 때마다 현금 부족이 심해지는 기업은 같은 잣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때도 이 차이가 단서가 됩니다.

3. 환율과 금리는 방향보다 이유를 봅니다

국내 주식을 볼 때 원·달러 환율과 국채금리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화 약세면 수출주에 무조건 좋고, 금리 하락이면 성장주에 무조건 좋다는 식의 판단은 자주 빗나갑니다. 환율이 오르는 이유가 수출 경쟁력의 변화인지, 세계적인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회피인지에 따라 시장 전체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수출 기업의 원화 환산 매출은 늘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달러로 사 오는 원재료 비용도 오를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을 걱정할 수 있습니다. 어느 효과가 더 큰지는 기업의 매출 지역과 비용 구조, 환헤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환율과 금리의 흐름을 확인한 뒤 기업 공시의 사업 내용을 다시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금리도 같습니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부담이 줄어 성장 기업의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금리가 떨어진 것이라면 이익 전망이 함께 낮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금리의 방향을 확인한 뒤 주가가 움직인 날에 실적 전망도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는지 확인합니다.

4. 하나의 목표주가 대신 세 가지 경우를 적어봅니다

앞의 숫자를 모았다면 적정주가 하나를 단정하기보다 조건별 가격을 계산해 봅니다. 주당순이익 전망을 1,000원으로 두고 PER 12배를 적용하면 1만 2,000원입니다. 이익이 1,200원으로 늘고 시장이 14배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1만 6,800원, 이익이 800원으로 줄고 평가 배수가 9배로 낮아지는 경우에는 7,200원입니다. 이 역시 계산 방식을 보여주는 가정이며, 실제 주가의 도착점을 뜻하지 않습니다.

숫자를 적는 데서 끝내지 않고 각 경우가 성립할 조건도 붙입니다. 매출 증가와 이익률 개선이 함께 확인되면 높은 이익 전망의 근거가 강해집니다. 반대로 재고가 늘고 영업현금흐름이 약해지면 낮은 전망의 가능성을 다시 봐야 합니다.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은 매매 주체의 변화를 확인하는 자료가 되지만, 하루 순매수만으로 기업 가치가 바뀌었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시장을 보면서 느낀 건 좋은 주식분석이 정확한 숫자 하나를 맞히는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 예상이 어느 조건에서 맞고, 어떤 숫자가 나오면 생각을 바꿔야 하는지 미리 적어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날일수록 저는 화면의 등락률보다 그 조건들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주식분석에서 먼저 보는 4가지 숫자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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