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사는법 처음이라면 확인할 5가지

얼마 전 지인이 주식 앱에서 매수 버튼을 누르기 직전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계좌도 만들었고 살 종목도 골랐는데, ‘시장가’와 ‘지정가’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혔다고 하더군요. 주식사는법은 버튼 몇 번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가격에 얼마만큼 살지 결정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저는 처음 매수할 때 아래 다섯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편입니다.
1. 계좌보다 먼저 투자할 돈의 성격을 확인한다
국내 주식을 사려면 증권사에서 주식 거래가 가능한 계좌를 열고 매수 대금을 넣어야 합니다. 보통 증권사 앱에서 본인 확인과 계좌 개설을 진행한 뒤 은행 계좌에서 돈을 이체합니다. 해외 주식은 같은 앱을 쓰더라도 해외 주식 거래 신청이나 환전 절차가 추가될 수 있으니 주문 화면에서 거래 가능 금액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계좌를 만들었다고 곧바로 가진 돈을 모두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6개월 안에 써야 할 전세금이나 생활비라면 주가가 잠시 내려갔을 때 기다릴 여유가 없죠. 예를 들어 투자 가능한 돈이 300만 원이어도 첫 주문을 30만 원으로 시작하면, 주문과 체결 과정을 익히면서 이후 판단을 바꿀 여지가 생깁니다. 투자금의 크기는 수익 기대보다 돈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2. 종목 이름보다 무엇을 사는지 먼저 본다
앱 검색창에 기업 이름을 입력하면 비슷한 이름의 종목이나 우선주, 상장지수펀드가 함께 나올 수 있습니다. 매수 전에는 종목명과 종목코드, 거래 시장을 한 번 더 맞춰봐야 합니다. 같은 기업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도 보통주와 우선주는 가격과 권리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최근 주가 상승률보다 사업과 실적을 봅니다. 매출이 늘었는지, 이익률은 어떤지, 부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정도만 확인해도 매수 이유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공시가 필요하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가 출발점입니다. 뉴스에서 ‘실적 호조’라고 해도 일회성 이익 때문인지 주력 사업이 좋아진 것인지는 숫자를 나눠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뒤에는 좋은 실적이 발표돼도 가격이 내려가곤 합니다.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 이미 가격이 맞춰져 있었다는 뜻일 수 있죠. 그래서 ‘좋은 회사’와 ‘지금 가격에 살 만한 주식’은 따로 판단합니다.
3. 시장가와 지정가의 차이를 알고 주문한다
주문 화면에서 수량과 가격을 입력할 때 초보자가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 주문 방식입니다. 시장가는 현재 시장에서 가능한 가격으로 체결을 시도합니다. 빠르게 거래될 가능성은 높지만, 화면에서 본 가격에 반드시 사지는 않습니다. 지정가는 내가 정한 가격 이하에서만 매수를 시도하므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지만 거래가 아예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투자자 교육 자료도 두 방식의 이런 차이를 설명합니다.
가령 현재 1주가 5만 원 안팎인 종목을 10주 산다고 해보죠. 5만 원에 지정가 매수 주문을 내면 예상 주식 대금은 50만 원입니다. 다만 5만 원 이하로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주문은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가로 10주를 주문하면 매도 물량에 따라 여러 가격에 나뉘어 체결될 수 있습니다. 거래가 드문 종목이나 급등락하는 시점에는 이 차이가 더 커집니다.
주문을 넣은 뒤에는 ‘접수’ 표시만 보고 끝내지 않습니다. 체결 수량과 평균 체결 가격을 확인해야 실제로 몇 주를 얼마에 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체결 수량이 남았다면 가격을 바꾸거나 주문을 취소할지 다시 판단하면 됩니다.
4. 거래 시간과 실제 비용을 함께 계산한다
한국거래소 정규장 거래 시간은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입니다. 정규장 전후에도 거래 방식이 있지만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과 주문 조건이 다릅니다. 처음 거래한다면 자신이 어느 거래 시간대에 주문을 넣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유용합니다. 국내 주식의 매매 대금 결제는 한국거래소 기준 체결일로부터 두 영업일 뒤인 T+2에 이뤄집니다. 앱에 표시되는 주문 가능 금액과 바로 출금할 수 있는 금액이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수 가격만 계산하면 실제 지출을 조금씩 놓치게 됩니다. 증권사별 매매 수수료가 다르고, 매도할 때 적용되는 세금도 거래 시장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이라면 매매 수수료에 더해 환전 비용과 환율 변동도 봐야 합니다. 주가가 달러 기준 5% 올라도 원화로 바꿀 때 환율이 5%가량 내려가면 원화 수익은 거의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1.05에 0.95를 곱하면 0.9975입니다.
5.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적는다
저는 종목을 살 때 ‘오르면 얼마나 벌까’보다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무엇을 확인할까’를 먼저 적습니다. 예를 들어 실적 개선을 기대해 샀다면 다음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이익률이 예상대로 가는지 보겠다는 식입니다. 실적은 그대로인데 시장 금리 상승으로 주가만 눌리는 경우와, 사업 자체가 나빠져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는 대응이 달라야 합니다.
매수 금액도 같은 기준으로 정합니다. 100만 원을 한 번에 살 수도 있지만 25만 원씩 네 번 나눠 사면 가격 변동을 관찰하며 판단을 수정할 시간이 생깁니다. 물론 분할 매수가 손실을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근거가 틀렸다면 추가 매수보다 처음의 가정을 다시 검토하는 편이 맞습니다.
주식사는법을 익힌다는 것은 결국 주문 화면에 익숙해지는 일과 가격을 해석하는 일을 함께 배우는 과정입니다. 첫 거래의 성패보다 내가 왜 그 가격에 샀고, 어떤 변화가 생기면 생각을 바꿀지 설명할 수 있는지가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