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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를 읽을 때 먼저 보는 4가지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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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를 읽을 때 먼저 보는 4가지 신호

미국 장이 크게 오른 다음 날 아침,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대개 ‘무슨 뉴스가 나왔나’에 쏠립니다. 저도 시장을 처음 볼 때는 헤드라인부터 찾았습니다. 그런데 12년간 주가와 환율을 함께 보다 보니, 같은 뉴스에도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는 날이 적지 않았습니다. 뉴스 자체보다 시장이 이미 무엇을 예상했고, 그 예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미국증시를 볼 때 저는 지수의 등락률을 적어 둔 뒤 금리, 기업 실적, 상승 종목의 범위, 원화 기준 수익률을 차례로 확인합니다. 네 가지를 함께 보면 ‘경기가 좋아서 오른 장’과 ‘금리 부담이 줄어 오른 장’을 조금 더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금리는 수준보다 예상의 변화가 중요하다

주식 가치는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평가합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이익에 높은 값을 매기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당장의 이익보다 향후 성장을 크게 기대하는 기업은 금리 변화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2022년이 이를 보여 줍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자료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그해 초 0~0.25%에서 연말 4.25~4.50%로 올라갔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지수 자료에서 S&P500은 2021년 말 4766.18에서 2022년 말 3839.50으로 약 19.4% 하락했습니다. 금리 인상만으로 하락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물가와 긴축 전망이 기업 가치 평가를 압박한 해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살필 것은 ‘금리가 높다’는 사실보다 예상과 실제의 차이입니다. 시장이 인상을 충분히 반영했다면 실제 인상 발표에도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그대로 둬도 향후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면 장기금리와 주식이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는 연준 발표 문구 하나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발표 전후 어떻게 움직였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2. 실적은 증가율과 기대치의 간격을 함께 본다

금리가 주식에 매기는 가격을 바꾼다면, 실적은 그 가격을 뒷받침할 근거입니다. 그런데 매출이 늘었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20% 성장을 기대했는데 실제 증가율이 15%라면 좋은 숫자도 실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실적 발표에서는 지난 분기 숫자와 함께 회사가 다음 분기를 어떻게 보는지 확인합니다.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더 빨리 늘면 이익률은 낮아집니다. 반대로 매출 증가세가 둔해져도 비용 관리로 이익률이 개선되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실적 호조’라는 제목 아래에서도 주가가 엇갈리는 이유입니다.

2023년의 흐름도 비교할 만합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전년 대비 9.1%에서 2023년 6월 3.0%로 낮아졌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어졌지만, 물가 압력이 누그러지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경로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S&P500은 2022년 말 3839.50에서 2023년 말 4769.83으로 약 24.2% 올랐습니다. 물가 둔화와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작용한 움직임으로 읽되, 물가 수치 하나가 상승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3. 지수 상승에 얼마나 많은 종목이 참여했나

S&P500은 기업 규모에 따라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큰 기업 몇 곳이 강하게 오르면 다른 종목이 주춤해도 지수는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지수만 보면 시장 전체가 좋아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형 기술주와 함께 중소형주, 경기 민감 업종, 동일가중 지수의 움직임을 비교합니다. 동일가중 지수는 편입 종목에 비슷한 비중을 주므로 상승이 넓게 퍼졌는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형주 중심의 상승이 곧바로 약세 신호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소수 기업에 기대는 장세라면 그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바뀔 때 지수의 변동도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술주뿐 아니라 산업재와 금융주 등으로 상승이 퍼진다면 경기와 이익 전망을 낙관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업종별 주가는 각자의 사정에도 움직입니다. 하루의 등락보다는 몇 주에 걸쳐 참여 범위가 넓어지는지 보는 편이 낫습니다.

4. 한국 투자자에게는 환율이 수익률을 바꾼다

달러로 표시된 미국증시 수익률과 원화로 돌아온 수익률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을 100달러에 샀고 당시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이었다면 투자 원금은 13만 원입니다. 주가가 그대로인 채 환율만 1400원이 되면 원화 가치는 14만 원으로 약 7.7% 늘어납니다. 환율이 1200원으로 내려가면 같은 주식의 원화 가치는 12만 원으로 약 7.7% 줄어듭니다.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한 단순 계산입니다.

환율 상승이 늘 반가운 것도 아닙니다. 달러 강세가 위험자산 회피와 함께 나타나면 원화 환산 손실을 줄여 주는 동안 미국 주식 자체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 상승과 원화 강세가 겹치면 달러 기준 성과보다 원화 기준 성과가 작아집니다. 투자 기록에는 주가 변동과 환율 변동을 따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게 미국증시의 하루 등락은 답이라기보다 단서에 가깝습니다. 금리가 바뀌어 가격이 움직인 것인지, 기업이 벌 돈에 대한 기대가 달라진 것인지, 상승이 넓어지고 있는지, 그 변화가 원화 자산에는 어떻게 전달되는지. 이 네 가지를 맞춰 보면 다음 날 주가를 맞히지는 못해도 지금 시장이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는 더 또렷해집니다.

미국증시를 읽을 때 먼저 보는 4가지 신호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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