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환율 읽을 때 먼저 볼 4가지 숫자

베트남 여행을 앞둔 지인이 환율표를 보여주며 동화 가치가 떨어졌으니 여행 경비도 줄겠다고 했다. 달러당 동화가 2만5000동에서 2만6000동으로 올랐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원화로 바꾸는 사람에게는 원·달러 환율도 중요하다. 두 숫자가 함께 움직이면 동화가 달러에 약해져도 원화로 사는 비용은 오를 수 있다. 베트남환율을 볼 때 제가 원·동 환산값 하나만 확인하지 않는 이유다.
100동당 원화 가격은 두 환율로 계산된다
원화와 동화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원·달러와 달러·동 환율을 나란히 놓으면 된다. 계산식은 ‘원·달러 환율 ÷ 달러·동 환율 × 100’이다. 1달러가 1400원이고 동시에 2만5000동이라면 100동은 5.6원이다. 은행 수수료와 매매 차이는 뺀 단순 계산이다.
여기서 달러·동 환율이 2만6000동으로 오르면 동화는 달러에 약해진다. 원·달러가 1400원으로 그대로라면 100동 가격은 약 5.38원으로 내려간다. 반대로 달러·동은 2만5000동 그대로인데 원·달러가 1470원으로 오르면 100동은 5.88원이 된다. 원화로 동화를 사는 사람에게는 두 번째 경우가 더 비싸다.
실제 시장에서는 두 환율이 동시에 변한다. 달러·동이 4% 오르고 원·달러가 5% 오르면, 동화가 달러에 약해졌다는 뉴스만 보고 원화 비용도 낮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원화의 달러 대비 약세가 더 컸기 때문이다. 환율표에서 어느 통화가 분자이고 어느 통화가 분모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준환율과 내가 받는 환율은 다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달러 대비 동화의 기준환율을 고시하고 은행이 거래할 수 있는 범위를 둔다. 그래서 뉴스에 나오는 중앙은행 기준환율, 현지 은행의 달러 매수·매도 가격, 한국에서 제시하는 원화·동화 환전 가격이 같은 숫자일 수는 없다. 같은 날에도 적용 시각과 거래 방향이 다르면 차이가 난다.
여행자에게 중요한 숫자는 결국 손에 쥐는 동화다. 앞의 가정대로 100만원을 수수료 없이 바꾸면 약 1786만동이다. 실제 적용 환율이 이론적인 환산값보다 1% 불리하다면 받는 돈은 대략 18만동 줄어든다. 현지에서 몇 차례 식사할 금액이니 작은 차이라고 넘기기도 어렵다. 환전 화면의 ‘우대율’만 볼 게 아니라 최종 수령액을 비교해야 하는 이유다.
카드 결제도 비슷하다. 결제 시점의 환율과 청구 시점의 환율이 다를 수 있고, 카드사와 결제망의 수수료가 더해질 수 있다. 현지 단말기가 원화 결제를 제안한다면 그 화면에 표시된 원화 금액과 동화 결제 후 예상 청구액을 비교하는 편이 낫다. 편해 보이는 선택이 언제나 저렴한 선택은 아니다.
동화가 움직이는 이유는 달러 수급에 있다
베트남은 수출과 해외 직접투자, 관광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원자재·설비 수입과 대외 지급에 달러를 쓴다. 수출 대금과 투자금이 들어오면 달러 공급이 늘어 동화 약세 압력을 덜 수 있다. 반대로 수입 대금 지급이 커지거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달러를 구하려는 수요가 강해진다. 하루의 환율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지를 보는 편이 설명력이 높다.
미국 금리와 달러 강세도 영향을 준다. 미국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면 신흥국 통화 전반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달러가 강하다고 동화가 매번 같은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환율 운영, 현지 달러 수급, 외화 유동성이 함께 작용한다. 그래서 달러·동 환율의 하루 변화를 베트남 경제 전체에 대한 평가처럼 받아들이면 해석이 거칠어진다.
저는 베트남 관련 자산을 볼 때 환율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방향도 따로 본다. 달러 매출을 벌고 동화로 비용을 치르는 수출기업과, 달러로 빚을 갚거나 원재료를 사는 기업은 같은 동화 약세에도 처지가 다르다. 환율 상승이 곧 모든 기업의 이익 증가나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환전과 투자에서 확인할 네 번째 숫자
볼 숫자는 내가 실제로 적용받는 환율과 시장 환율의 차이다. 여행 경비라면 환전할 원화 금액을 정하고, 수령 동화와 수수료를 함께 비교하면 된다. 투자라면 매수할 때와 회수할 때의 환율을 따로 가정해야 한다. 현지 자산 가격이 10% 올라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이 나면 수익률은 그보다 낮아진다.
예를 들어 원화 투자자가 동화 자산을 샀고 자산 가격은 그대로인데 100동당 원화 가격이 5.6원에서 5.32원으로 내려갔다면, 원화 평가액은 약 5% 줄어든다. 반대로 동화 자산 가격의 상승과 동화의 원화 대비 강세가 겹치면 원화 수익률은 커진다. 어느 쪽도 환율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미리 단정할 수 없다.
베트남환율을 볼 때는 100동당 원화 가격, 원·달러, 달러·동, 실제 적용 환율을 한 화면에 적어둔다. 숫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날이 오히려 많다. 그때 어느 통화가 움직였고 내 지출이나 자산에 어떤 경로로 닿는지 차례로 따져보면, 환율 뉴스가 훨씬 덜 혼란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