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주가를 읽는 4가지 숫자

요즘 유한양행주가를 보면 렉라자 판매가 늘었다는 소식과 주가 흐름이 따로 움직이는 듯하다. 해외 매출은 성장하는데 주가는 52주 최고가에서 꽤 멀어졌다. 이런 때는 뉴스 한 건보다 매출이 유한양행의 이익으로 얼마나 들어오는지, 시장이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미 기대했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낫다.
1. 7만6200원에서 보이는 기대의 변화
11월 2일 유한양행 종가는 7만6200원이다. 같은 시점 확인되는 52주 최고가 12만9200원과 비교하면 약 41% 낮다. 최고가와 현재가의 차이가 곧 기업 가치의 훼손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렉라자 허가와 해외 출시라는 큰 사건을 반영하던 시기에서, 실제 판매와 이익을 확인하는 시기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왔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지난 12년 동안 제약주를 지켜보며 자주 본 장면이 있다. 좋은 소식이 나와도 이미 높아진 기대를 넘지 못하면 주가가 쉬어간다. 반대로 주가가 많이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싸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유한양행주가 역시 과거 고점보다 앞으로 들어올 현금의 규모와 속도를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
2. 6043억원 매출보다 눈여겨볼 332억원
유한양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6043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6.0% 늘었다. 영업이익은 332억원으로 약 50.8% 증가했다. 매출보다 이익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의약품과 헬스케어 사업이 성장한 가운데 라이선스 수익도 보탬이 됐다.
그런데 전 분기와 비교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2분기 라이선스 수익은 유럽 출시 관련 단계별 기술료가 반영되며 589억원까지 커졌지만, 3분기에는 79억원이었다. 단계별 기술료는 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때 들어오는 돈이다. 분기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어도 매번 같은 액수가 반복되지는 않는다. 2분기 영업이익 669억원과 3분기 332억원을 단순히 이어 붙여 연간 이익을 추정하면 흐름을 잘못 읽을 수 있다.
또 3분기 라이선스 수익 79억원 전부를 렉라자 판매 로열티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 공시 항목에는 기술수출과 관련한 여러 수익이 함께 잡힐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큰 단계별 기술료가 없는 분기에도 판매에 연동되는 경상 기술료가 꾸준히 늘어나는지다. 그 변화가 확인돼야 일시적인 이익 증가와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을 구분할 수 있다.
3. 3억2000만달러가 그대로 유한양행 매출은 아니다
존슨앤드존슨이 발표한 3분기 리브리반트·라즈클루즈의 세계 매출은 3억2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62.3% 증가했다. 병용요법의 해외 판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이 숫자는 두 제품을 묶은 매출이다. 전체 금액이 렉라자 성분인 라즈클루즈의 매출이거나 유한양행에 곧바로 입금되는 돈은 아니다.
여기서 투자자가 확인할 연결고리는 세 단계다. 병용요법 처방이 늘고, 계약에 따라 유한양행 몫의 로열티가 발생하고, 그 수익이 분기 실적에 반영돼야 한다. 각 단계 사이에는 제품 구성, 계약상 배분, 회계 인식 시점 같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존슨앤드존슨의 매출 증가율 62.3%를 유한양행의 로열티 증가율로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없다. 해외 판매 수치는 방향을 보여주고, 유한양행의 분기 실적은 그 성과가 회사에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준다.
4. 다음 분기에는 세 가지 흐름을 함께 볼 때
첫째는 병용요법의 분기별 매출이다. 전년 대비 높은 증가율뿐 아니라 직전 분기보다 판매가 얼마나 늘었는지도 봐야 한다. 규모가 커진 뒤에도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로열티 확대를 기대할 근거가 두터워진다. 증가율이 둔화한다면 그 이유가 출시 초기 효과의 소멸인지, 처방 확대의 지연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유한양행의 라이선스 수익과 영업이익이다. 단계별 기술료가 없는 분기에도 경상 수익이 쌓이고 영업이익이 유지된다면 시장은 실적의 질을 다시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해외 합산 매출은 늘지만 유한양행의 반복 수익이 기대보다 천천히 증가한다면 주가 반응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환율과 연구개발비다. 해외에서 달러로 발생하는 수익은 원화 환산액에 환율 영향이 더해질 수 있고, 후속 신약 개발에 쓰는 비용은 당장의 이익을 누를 수 있다. 환율 효과로 늘어난 이익과 처방 확대로 늘어난 이익은 지속성이 다르다. 연구개발비 역시 무조건 줄어야 좋은 비용은 아니어서, 투자 규모와 후속 과제의 진척을 같이 봐야 한다.
지금의 유한양행주가에는 해외 판매 성장이라는 근거와 그 성장이 예상만큼 빠르게 이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함께 들어 있다. 저는 다음 분기에 큰 뉴스가 나오는지보다, 단계별 기술료를 걷어낸 뒤에도 반복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커지는지를 더 주의 깊게 볼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