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녀 증여세 계산 전 확인할 4가지

얼마 전 자녀 계좌로 투자금을 보내려는 지인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5천만원씩 주면 세금이 없느냐고 물었다. 주식 계좌를 오래 들여다본 입장에서는 수익률보다 먼저 증여 기록을 확인하게 된다. 돈을 나눠 보내도 공제 한도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 자녀 증여세는 송금액 하나보다 누가, 언제, 얼마를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1. 공제 한도는 부모별이 아니라 자녀별로 본다
국세청이 안내하는 기본 공제는 거주자인 성년 자녀가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을 때 10년간 5천만원이다. 미성년 자녀는 2천만원이다. 여기서 10년은 달력상 10개 연도가 아니라 새로 증여받는 날을 기준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간이다.
가령 성년 자녀가 지난해 아버지에게 3천만원을 받고 올해 어머니에게 3천만원을 받는다면, 직계존속에 대한 기본 공제는 남은 2천만원만 적용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 5천만원, 어머니에게 5천만원씩 별도 공제가 생기는 구조가 아니다. 국세청은 10년 이내 동일인에게 받은 증여재산을 합산할 때, 증여자가 직계존속이면 그 배우자도 동일인에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부모가 번갈아 송금하면 합산 규정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과거 기록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미성년 때 받은 금액과 당시 적용한 공제를 적어 두고, 새 증여일 전 10년의 내역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가족끼리 돈을 옮길 때도 날짜와 금액을 남기는 습관이 중요한 까닭이다.
2. 세율은 송금액이 아니라 공제 후 금액에 적용한다
증여세는 증여재산의 과세가액에서 적용 가능한 공제 등을 뺀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한다. 국세청 안내상 일반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20%다. 그 위 구간은 30%, 40%, 50%로 올라간다. 높은 구간에 들어갔다고 전체 증여액에 그 세율을 곱하는 식은 아니다.
이전에 받은 돈이 없는 성년 자녀가 부모에게 현금 1억원을 받는 단순한 사례를 보자. 기본 공제 5천만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5천만원, 산출세액은 500만원이다. 기한 내 신고에 따른 신고세액공제 3%를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면 납부세액은 485만원이 된다. 같은 조건에서 2억원을 받으면 과세표준은 1억5천만원이고, 20% 세율과 1천만원의 누진공제를 적용한 산출세액은 2천만원이다. 실제 계산은 과거 증여와 다른 공제·세액공제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에서 수익률을 비교할 때 세전과 세후를 나눠 보듯, 증여도 보낼 금액과 자녀 손에 남을 금액을 따로 봐야 한다. 세금을 부모가 추가로 내주는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그 자금의 성격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혼인·출산 공제는 시기와 합산 한도가 중요하다
혼인이나 출산을 앞둔 가정에는 별도 공제가 있다. 현행 규정상 거주자가 직계존속에게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안에 증여받으면 기본 공제와 별개로 최대 1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출산은 자녀의 출생일 또는 입양일부터 2년 이내에 받은 증여가 대상이다. 혼인과 출산에 따른 추가 공제를 함께 쓰더라도 수증자 기준 한도는 합계 1억원이다.
예를 들어 기본 공제를 쓴 적 없는 성년 자녀가 요건에 맞춰 1억5천만원을 받는다면, 기본 공제 5천만원과 혼인·출산 공제 1억원을 적용해 과세표준이 0원이 될 수 있다. 다만 혼인 전후의 기준은 예식일이 아니라 혼인신고일이다. 자금이 필요한 날만 보고 송금 날짜를 잡았다가 공제 기간을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먼저 일정을 맞춰야 한다.
4. 생활비와 투자금은 사용처부터 다르다
자녀의 생활비나 교육비를 보냈다면 모두 증여세 대상에서 빠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세청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교육비라도 필요할 때 직접 그 비용에 충당한 경우를 구분한다.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받은 돈을 모아 예금하거나 주식·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쓰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차이는 자녀 명의 증권계좌를 만들 때 선명해진다. 부모가 보낸 돈으로 주식을 샀다면 송금 내역과 자녀 계좌의 입금·매수 기록이 이어진다. 현금 증여와 주식 자체의 증여는 재산가액을 평가하는 방식도 다르다. 특히 상장주식은 증여 당일 종가만으로 가액을 확정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의 시세를 평균한다.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시기라면 예상한 가액과 신고 가액이 달라질 수 있다.
증여세 납부의무가 있다면 신고·납부 기한은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공제 범위에 들어 세액이 없더라도 증여 시점과 자금 흐름을 남겨 두면 나중에 10년 내역을 확인하기가 수월하다. 내게 증여 계획은 시장 저점을 맞히는 일보다 자녀에게 자금이 필요한 시기, 이미 사용한 공제액, 남겨 둘 기록을 함께 맞추는 일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