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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완 반도체 경고를 읽는 4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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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완 반도체 경고를 읽는 4가지 숫자

요즘 반도체 실적을 볼 때마다 주가 화면보다 먼저 메모리 가격과 출하량을 따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은 분명 반갑지만, 가격이 오른 덕분인지 물량까지 늘어난 덕분인지에 따라 다음 분기 이야기는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주완 반도체 애널리스트의 고점 경고도 이 구분에서 출발합니다.

1. 이주완이 말한 3분기 고점은 무엇인가

이주완은 지난 7월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2026년 3분기를 반도체 업황의 고점으로 본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했습니다. AI 투자 확대가 곧 장기간의 메모리 공급 부족을 뜻하지는 않으며, 생산량과 가격의 관계를 먼저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그는 공급 과잉으로 향하는 전환점에 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확인된 업계 공통 전망이라기보다 그의 분석과 예측으로 읽는 게 정확합니다.

그런데 ‘고점’이라는 말에는 서로 다른 시계가 섞여 있습니다. 현물 가격이 먼저 꺾이고, 장기 계약 가격은 몇 달 뒤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미 계약된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는 동안 기업 이익은 더 늘 수도 있죠. 주가는 다시 그보다 앞서 향후 이익을 예상합니다. 따라서 3분기 실적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이주완의 경고가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하루 주가가 내렸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2. 기록적인 이익과 공급 과잉 우려가 함께 나오는 이유

삼성전자는 10월 8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천억 원을 제시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20.01% 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고점 경고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다만 잠정 실적은 사업부별 수익과 제품별 출하 흐름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이주완이 주목한 것은 매출액을 밀어 올린 가격 효과입니다. 그는 7월 인터뷰에서 자체 계산 모델을 바탕으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D램과 낸드의 수출 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수치는 그가 가격 효과를 보정해 추산한 값이지, 공표된 출하량 통계를 그대로 읽은 값은 아닙니다. 제품 구성과 단가를 어떻게 반영했는지까지 확인해야 같은 숫자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질문 자체는 유효합니다. 가령 판매량이 100개에서 80개로 줄어도 개당 가격이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오르면 매출은 100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실적 개선과 물량 둔화는 동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량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수요 붕괴를 말할 수도 없습니다. 업체가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생산 능력을 옮겼다면 일반 메모리 출하량은 줄어도 전체 수익성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반대편 숫자는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말한다

기업 발표는 이주완의 전망에 제동을 거는 근거입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서버용 제품 수요가 강했고 D램과 낸드가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을 발표하며 AI 메모리 수요와 장기 공급 계약을 강조했습니다. 두 회사의 설명을 모두 감안하면 메모리 시장 전체가 이미 뚜렷한 침체에 들어섰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인 WSTS는 2026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보다 90% 성장하고, 메모리 시장은 약 250%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는 시장 금액 기준 전망입니다. 가격 상승만으로도 시장 규모가 크게 불어날 수 있어, 수요의 지속성을 판단할 때는 출하량과 재고를 함께 봐야 합니다. 낙관적인 시장 전망과 공급 증가에 대한 경계가 동시에 필요한 이유입니다.

4. 다음 분기에 확인할 숫자는 가격과 재고다

앞으로는 네 가지를 같은 방향으로 놓고 보면 좋겠습니다. D램·낸드의 현물 가격, 실제 계약 가격, 제품별 출하량, 고객사의 재고입니다. 현물 가격이 잠깐 내려도 계약 가격과 출하량이 버티고 재고가 낮다면 조정은 짧을 수 있습니다. 반면 현물과 계약 가격이 함께 하락하고 출하량도 둔화하는데 고객 재고까지 쌓인다면 이주완의 공급 과잉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립니다.

환율도 한 칸 옆에 두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달러 강세가 전사 영업이익에 약 3조 1천억 원의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원화 기준 이익이 늘어도 환율 효과를 덜어낸 제품 가격과 판매량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당분간 ‘최대 실적’이라는 제목보다 다음 분기 가격과 재고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에 더 오래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이주완 반도체 경고를 읽는 4가지 숫자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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