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흐름을 읽을 때 보는 4가지 숫자

장을 오래 보다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올랐다는 소식보다 그 10원을 누가, 왜 밀어 올렸는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미국 금리 때문인지,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해진 건지, 아니면 원화만 유독 약해진 건지에 따라 주식시장에 남는 흔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환율의 방향을 단정하기 어려울수록 저는 네 가지 숫자를 함께 놓고 봅니다.
미국 2년물 금리는 달러의 속도를 보여준다
첫 번째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입니다. 시장이 앞으로의 정책금리 경로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비교적 빠르게 반영합니다. 예상보다 강한 고용 지표가 나오고 2년물 금리가 오르면,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달러가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가 상승세가 누그러지고 금리가 내려가면 달러를 붙들어 둘 유인이 약해질 수 있지요.
다만 금리 상승을 무조건 달러 강세 신호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경기가 예상보다 튼튼해서 금리가 오르는 때와 물가 불안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때는 시장의 반응이 다릅니다. 전자에서는 위험자산도 함께 오를 수 있지만, 후자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압박받기도 합니다. 같은 0.2%포인트 상승이라도 발표된 경제 지표와 주가의 반응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달러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간격을 본다
두 번째는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움직임을 묶은 달러지수입니다. 원달러 환율만 보면 원화의 사정과 달러의 사정이 섞여 보입니다. 달러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함께 오른다면 세계적인 달러 강세가 먼저 떠오릅니다. 달러지수는 제자리인데 원달러 환율만 오른다면 한국의 수출 전망, 국내 자금 흐름, 아시아 통화의 움직임을 더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예를 들어 달러지수가 큰 변화가 없는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340원으로 오른 상황을 생각해 보죠. 이때 원화는 달러에 대해 약 3% 약해졌습니다. 숫자만 보고 미국 금리 탓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위안화 등 주변 통화도 약해졌는지, 국내 수입업체의 달러 수요가 몰렸는지 확인해야 해석이 좁혀집니다. 환율 수준보다 다른 통화와의 간격이 때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위안화와 외국인 자금은 원화의 사정을 드러낸다
세 번째는 위안화 환율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두 경제의 교역 관계가 깊고,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통화를 한 묶음으로 바라보는 때가 있습니다. 달러 대비 위안화가 빠르게 약해지는 날 원화도 밀린다면, 국내 뉴스 하나로 환율을 설명하기보다 아시아 전반의 위험 선호가 바뀌었는지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네 번째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자금 흐름입니다.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도하는 날 환율이 오르면 자금 유출이 원화 약세를 거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순매도 규모만으로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 매도 대금의 환전 시점이 다를 수 있고, 채권 매수나 환헤지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하루치보다 며칠간의 흐름, 주식과 채권을 합친 방향, 환율이 움직인 시간을 함께 봅니다.
같은 환율 상승도 투자자에게 남기는 숫자는 다르다
환율 변화가 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은 매수한 자산의 통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령 미국 주식 1만 달러를 환율 1,300원에 보유했다면 원화 평가액은 1,300만 원입니다. 주가는 그대로인데 환율만 1,400원이 되면 평가액은 1,40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달러 기준 수익률은 0%인데 원화 기준으로는 약 7.7% 오른 셈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1,200원으로 내려가면 같은 주식을 보유해도 원화 평가액은 1,200만 원이 됩니다. 세금과 거래 비용을 빼고 환율 효과만 떼어 본 계산입니다.
그런데 원화 약세가 국내 기업 모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달러로 매출을 받는 수출기업에는 환산 이익이 생길 수 있지만, 원유나 원재료를 달러로 사 오는 기업에는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수출기업도 원재료를 수입하거나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었다면 이익이 예상만큼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환율이 올랐다는 한 줄보다 매출과 비용이 각각 어느 통화로 발생하는지 살피는 편이 실적을 읽는 데 유용합니다.
앞으로 달러를 볼 때도 한 가지 전망에 기대지는 않으려 합니다. 미국 2년물 금리와 달러지수가 함께 오르면 달러 자체의 힘을 먼저 의심하고, 두 숫자가 잠잠한데 원화와 위안화만 약해지면 아시아 자금 흐름을 확인할 생각입니다. 여기에 외국인의 주식·채권 거래가 어느 방향으로 쌓이는지 더하면, 환율이 움직인 이유를 조금 더 차분하게 가려낼 수 있습니다.
